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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 2
#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나’에 대한 고찰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 요한복음 14장 6절
나는 한동안 이 말씀 가운데 있는 ‘나’라는 단어를 바라보며 깊은 질문을 품었다.
여기에서 ‘나’란 무엇일까?
혹시 예수라는 한 사람을 넘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어떤 보편적인 ‘참나’, 더 높은 자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동양의 철학과 여러 영적 전통에는 인간의 표면적인 자아를 넘어선 깊은 존재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나는 예수의 ‘나’ 역시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 이 말씀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 중요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나’는 우선 예수 자신이다.
예수는 인간에게 “너 자신 안에서 길을 발견하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내가 곧 길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인간의 ‘참된 나’를 찾는 일은 예수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길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를 통하여 내가 본래 어떤 존재로 지음받았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가면서 욕망과 두려움, 상처와 교만, 세상의 평가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리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참나’라는 말을 기독교적으로 다시 표현한다면 그것은 내 안에 숨어 있는 신적인 존재를 발견한다는 의미라기보다,
하나님 앞에서 회복되어 가는 본래의 인간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예수와 ‘참나’는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예수는 참나가 아니라 참된 나를 발견하게 하는 길이 된다.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이 말씀은 이제 나에게 폐쇄적인 문장이라기보다 하나의 방향처럼 들린다.
길을 잃어버린 인간에게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나를 따라오라.”
그 길을 걸으면서 인간은 하나님을 알아가는 동시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조금씩 발견한다.
흥미롭게도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런 말씀도 하셨다.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또한 그보다 큰 일도 하리니.”
이 말씀은 인간이 예수가 된다는 의미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예수의 삶과 가르침이 제자들을 통해 계속 확장될 수 있다는 약속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하고,
용서하고,
상처받은 사람을 품고,
절망한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일.
예수가 걸었던 길을 인간이 뒤따라 걸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참나’를 예수와 동일시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 본다.
예수를 통하여 거짓된 나를 하나씩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바라보시는 나를 발견해 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신앙이라는 긴 여행의 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예수가 누구인지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깊은 존재인지도 내가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질문을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질문의 한가운데서 다시 예수를 바라본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그리고 그 말씀 앞에서 조용히 묻는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하나님을 만나고,
동시에 하나님께서 지으신
진정한 나 자신도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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